경단협 활동
국내 유일의 업종별 경제단체 공동협의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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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경제를 이해하는 데 바둑이 좋은 비유가 된다. 경제의 본질이 바둑 이치와 닮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도 바둑판 위 대국과 같다. 주요국과 글로벌 기업이 치열한 수읽기를 벌이는 가운데 우리 기업이 두는 한 수 한 수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는 선택이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 앞에 펼쳐진 판세는 결코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청년 고용 상황이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구직이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쉰 청년이 50만 명을 넘어섰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다. 최근 3년간 청년 인구가 매년 줄었음에도 ‘쉬었음’ 청년은 오히려 매년 늘었다. 특히 올해 쉬었음 청년 중 대졸자는 45%로 고학력자 비중이 높았고, 쉬었음 청년의 72%가 취업 경험이 있었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주역인 청년들이 취업을 경험한 뒤 더 이상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쉬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5년간 쉬었음 청년으로 발생한 경제적 비용이 약 45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청년이 일할 의지마저 잃어버린 무기력한 사회에서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에게 일할 기회와 희망을 줄 수 있는 확실한 ‘활로’ 마련이다.
그럼에도 최근 정책 환경은 매우 우려스럽다.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 법정 정년 연장 논의, 상법 개정 등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투자와 신규 채용을 움츠러들게 하는 친노동·규제적 입법이 연이어 강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일자리를 더 늘리는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법정 정년 연장은 청년 일자리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간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좋은 대기업 정규직에서 고령자 고용은 거의 500% 늘었지만, 청년 고용은 오히려 약 2% 줄었다.
특히 60세 정년이 법제화된 2013년 이후 고령자 고용 증가세가 가팔랐다. 또한 작년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12.1년이나, 신규 채용률로 볼 수 있는 근속 1년 미만자 비중은 6.5%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의 진입 장벽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게다가 정년을 앞둔 직원 한 명의 인건비가 신입 직원 3명과 맞먹는 상황이니 기업은 청년을 채용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정년이 60세로 상향된 후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마다 청년 근로자는 0.4~1.5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법정 정년을 65세로 또 높인다면 쉬었음 청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청년 고용 위기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절박한 과제다. 그러나 최근 우리 노동 정책은 이미 취직한 근로자 권익 보호에만 치우쳐 있다. 더욱이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공식 약칭을 ‘고용부’에서 ‘노동부’로 바꾼 것만 봐도 일자리를 찾고 있는 청년보다 제도권에 진입한 근로자 보호에 더 중점을 두는 것 같다. 대기업 정규직 등의 노동권 강화는 미취업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더 어렵게 만들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청년에게 일할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주는 특단의 대책이다. 고임금 대기업 노사는 임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그 여력을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중소 협력사와 취약계층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데 써야 한다. 정부도 규제 개혁으로 기업의 활력을 북돋아야 한다. 각종 노동 규제를 대대적으로 철폐하는 특별법 제정 수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미래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다.
출처: 한국경제신문(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