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
대선 레이스가 후반부를 달려가면서 여야의 공약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후보들의 공통적인 경제 공약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 증시의 MSCI 선진시장 편입이다.
MSCI는 미국 금융지주회사 모건스탠리의 자회사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인데, 이 회사는 전 세계 증시를 선진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으로 분류한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과 펀드매니저들은 이 기준을 벤치마킹해 국가별 투자자금 규모를 결정한다. 현재 선진시장은 미국 일본 영국 등 23개국, 신흥시장은 중국 한국 등 24개국, 프런티어시장은 베트남 등 28개국이다. 한국은 1992년 MSCI 신흥시장에 편입됐고, 2008년부터 매년 연례 시장 분류에서 선진시장 승격이 검토됐으나 실패했다. 2014년 선진시장 승격 관찰대상국(Watch List)에서도 제외된 상태다. 관찰대상국이란 선진시장 후보를 의미한다.
한국 증시가 MSCI 선진시장으로 승격되면 우리 증시에 어떤 효과가 있을까. 가장 기대되는 것은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의 대규모 유입이다. 필자가 2021년 한국경제연구원의 ‘MSCI 선진시장 편입효과’ 추정 방식을 현재 기준으로 준용해 분석한 결과 한국이 MSCI 선진시장으로 승격되면 약 209억 달러의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코스피 주가지수는 단기적으로 지난 4월 말 2557보다 6.0% 상승한 2711까지 올라갈 수 있다. 선진시장 편입은 국내 증시 안정성을 크게 개선시키는 효과도 있다. MSCI 지수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벤치마킹 지수로서의 영향력이 높은 만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될 때 투자 자금의 유출입 변동성이 선진시장은 신흥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MSCI의 시장 승격 기준은 크게 3가지다. 경제 발전 정도, 주식시장 규모 및 유동성,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이다. MSCI는 한국이 경제나 주식시장 규모에서는 선진시장의 요건을 충분히 갖췄지만 시장 접근성이 미흡하다고 평가해 왔다. 시장접근성이 바로 한국 증시가 지난 수십년간 MSCI 선진시장 편입에 실패해 온 이유인 것이다.
시장 접근성은 MSCI가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정성적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우리 금융 당국은 MSCI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에게도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다. 투자가들 사이에서 한국 시장의 우호적 인식이 확산돼야만 정성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동안 시장 접근성 강화를 위해 상당히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투자자의 거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사전등록 제도를 폐지했고, 장외거래 사전심사 의무를 완화했다. 또한 기업 영문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배당 절차도 개선해 외국인들의 정보 접근성을 강화했다. 그리고 역내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함으로써 역외 외환시장 부재에 따른 자본 유출입 어려움도 어느 정도 보완했다. 무엇보다 올해 초 한국거래소는 거래소 지수 사용권을 해외에 개방하고, 지수 파생상품의 국외 상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MSCI는 다음달 초 시장 접근성 평가를 공개하고, 중순에 시장 재분류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은 시장 접근성 평가가 관건인 만큼 사실상 6월 초에 선진시장 승격을 위한 관찰대상국 분류 여부가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경제 규모에 비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던 우리 증시가 퀀텀점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좋은 결과가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출처: 국민일보(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