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협 활동
국내 유일의 업종별 경제단체 공동협의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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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최근 여러 나라가 자국 내 전략산업의 유치 및 성장을 위해 보조금 지급 등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하면서 산업 정책의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서도 중국·미국·일본·유럽연합(EU)·인도 등이 다양한 지원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별로 세부 정책이 다소 상이하지만 최근 각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지원 정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술 개발 지원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자국 내 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 지원 방식의 범위가 확대됐다. 투자 유치를 위해 TSMC에 일본 정부가 4조 원 이상을 지원하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둘째, 중국의 펀드 조성을 통한 지원 사례처럼 융자가 아닌 지분 투자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반도체 소재 기업인 JSR을 국유화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과거에 비해 더 직접적으로 투자·생산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각국은 왜 이처럼 지원 전략을 전환했을까. 우선 공급망 측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공급망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음을 체감하게 됐고 이러한 사례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해 자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 확보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부피가 작은 반도체는 관세도 낮아 물량이 확보된 이상 국제 교역상 장애 요소가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반도체가 자율 자동차,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뿐 아니라 국방·우주 등 안보 분야에 걸쳐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반도체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또 다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의 형태를 띠게 된 현 상황은 이러한 두 가지 정책 목적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보는 게 맞다.
우리 정부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등의 입법을 통해 다양한 지원의 틀을 마련하고 시설 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도 확대했다. 투자 지원을 위해 전력·용수 등의 적시 공급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금 우리 반도체 산업은 선두권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 각국의 적극적 지원 정책 시행 등 대외 경쟁 환경의 심화를 생각할 때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추격자의 위치에 서지 않고 앞으로도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은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세수 확대 등을 통해 경제의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출처: 서울경제(10.13)